아카데미 주제가상, '골든'의 품으로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주제가상의 영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OST '골든(Golden)'에게 돌아갔습니다.

'골든'은 '씨너스: 죄인들'의 '아이 라이드 투 유', '다이앤 네버 다이'의 '디어 미', '비바 베르디!'의 '스위트 드림스 오브 조이', '기차의 꿈'의 '트레인 드림스' 등 쟁쟁한 후보들을 모두 제치고 수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시상자로는 40년 전 영화 '화이트 나이트'의 '세이 유 세이 미(Say You Say Me)'로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라이오넬 리치가 등장해 객석의 환호를 자아냈습니다.

앞서 같은 날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던 케데헌은 주제가상까지 거머쥐며 후보에 오른 두 개 부문을 모두 석권, 이날 오스카 2관왕에 올랐습니다.

시상자 라이오넬 리치

K팝을 좋아한다고 놀림받았지만

수상의 순간, 무대에 오른 것은 헌트릭스의 메인보컬 루미 역을 연기하고 '골든'의 작곡에도 참여한 이재였습니다. 그는 트로피를 손에 쥐고 벅찬 감동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재는 눈물을 보이며 "이 훌륭한 상을 주신 아카데미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자라면서 사람들은 내가 K팝을 좋아한다고 놀렸다. 지금은 우리 모두 한국어 가사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깊은 울림을 전했습니다.

그는 또 "이 상은 성공이 아니라 버티고 회복하는 힘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 팀에 감사하고, 곁에 있어주셔서 감사하다. 케데헌 출연진, 매기 킹 감독, 제작자 미쉘 웡에게도 감사하다"고 영광을 돌렸습니다.

이날 무대에는 이재뿐 아니라 공동 작곡가 IDO, 24, 테디, 마크까지 함께 올랐습니다. 그러나 수상 소감을 전하던 도중 시간 종료를 알리는 음악이 흘러나와, 수상자는 많으나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소감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한복과 사물놀이로 물든 돌비극장

이날 시상식의 또 다른 화제는 '골든'의 축하 공연이었습니다. 헌트릭스 멤버들의 목소리를 연기한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무대에 올라 '골든'을 열창했습니다.

공연은 한국 전통 악기 연주와 판소리, 퓨전 무용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한복을 입은 댄서들이 한국 전통 춤사위를 선보였으며, 사물놀이 복장을 한 연주자들이 북을 두드리며 분위기를 압도했습니다. 케데헌의 배경이 된 한국 문화의 민속적 영감을 기리기 위해 특별히 기획된 무대였습니다.

객석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할리우드 배우와 제작진들은 마치 K팝 콘서트장에 온 듯 응원봉을 흔들며 열광했습니다.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 테야나 테일러가 직접 응원봉을 흔들며 춤을 추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세 멤버의 열창으로 마무리된 공연은 객석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이날 시상식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골든'이 걸어온 길 

이번 오스카 수상은 사실 예고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골든'은 지난해 발매 이후 전 세계 음악 차트를 휩쓸며 이미 그 위력을 증명해 왔습니다.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 OST 수록곡으로는 이례적으로 8주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이달까지 37주 넘게 차트 상위권에 머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골든의 활약에 힘입어 케데헌 OST 8곡이 빌보드 핫100 상위권을 동시에 점령하는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시상식 무대에서도 연속 수상을 이어왔습니다.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을 수상했으며, 제83회 골든글로브에서도 주제가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오스카 주제가상은 그 수상 행진의 정점에 해당합니다.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이 함께 

이번 수상은 창작진의 구성 면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가창에 참여한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를 비롯해 작곡을 맡은 IDO, 24, 테디 등 제작진 대부분이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 창작진이 협업해 오스카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것입니다.

이재의 수상 소감에 담긴 말처럼, 한때 K팝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놀림을 받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전 세계가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를 함께 부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골든'의 오스카 수상은 그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케데헌, K-콘텐츠 역사상 2관왕으로 

케데헌은 이날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작품 자체의 성과도 이미 역대급입니다. 지난해 6월 넷플릭스 공개 이후 누적 시청 수 5억 회를 돌파하며 넷플릭스 역대 영화 시청 시간 1위는 물론, 오징어 게임이 기록한 시리즈 포함 전체 순위까지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최근에는 속편 제작도 예고되어 케데헌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K팝과 한국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애니메이션이 오스카에서 2관왕을 차지한 이 순간은, K-콘텐츠가 드라마와 영화를 넘어 애니메이션과 음악 모든 영역에서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음을 증명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