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상징과도 같은 최민정이 올림픽 무대에 작별을 고했습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1500m 은메달을 끝으로, 세 번째 올림픽 여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직후 그는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가 마지막 레이스를 펼친 장소는 이탈리아의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였습니다. 이곳에서 그는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고, 동시에 긴 도전의 여정을 내려놓았습니다.
3연패는 닿지 못했지만, 더 큰 역사를 쓰다
최민정은 2018 평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1500m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사상 첫 3연패에 도전했습니다.
결과는 은메달이었습니다. 김길리에 이어 결승선을 통과하며 아쉽게 금빛 마침표는 찍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은메달은 단순한 2위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이번 메달로 그는 개인 통산 올림픽 7번째 메달(금4·은3)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동·하계를 통틀어 한국 선수 최다 메달 신기록입니다.
하계올림픽의 진종오, 김수녕, 동계올림픽의 이승훈이 보유했던 6개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최민정은 “평창에서 처음 도전했을 때 이렇게 많은 메달을 딸 줄은 몰랐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은메달을 바라보며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운 지금이 가장 좋다”고 밝힌 장면은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무릎과 발목, 몸과 마음의 한계 속에서
이번 시즌은 최민정에게 유독 힘겨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무릎 통증에 시달렸고,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발목 상태도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아픈 곳이 많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레이스가 끝난 뒤 그는 웃음과 눈물을 반복했습니다. “후련한데 눈물이 난다.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경기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더 절실했고, 그래서 더 뜨거웠습니다.
선수 생활 전체를 마무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당분간 쉬면서 생각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올림픽 무대에서는 더 이상 그를 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김길리의 눈물, 세대교체의 순간
이날 1500m 결승에서는 김길리가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김길리는 이번 대회 3000m 계주 금메달, 1000m 동메달에 이어 1500m 금메달까지 따내며 한국 선수단 유일의 3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최민정을 우상으로 삼아온 선수입니다. “꼭 함께 포디움에 오르고 싶었다”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경기 막판, 두 선수가 코린 스토다드를 동시에 인코스와 아웃코스로 추월하는 장면은 백미였습니다. 김길리는 “서로 통했던 것 같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훈련한 호흡이 만든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진짜 감동은 그 이후였습니다.
최민정이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일 수 있다고 밝혔다는 말을 들은 김길리는 “진짜요?”라고 되물으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최민정 선수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안다. 그를 보며 꿈을 키웠다”고 울먹였습니다.
최민정 역시 “길리가 1등이라 더 기쁘다. 1500m 금메달을 이어줬으니 나는 한결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이경, 진선유를 보며 꿈을 키웠던 소녀가 이제는 후배의 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다시 현실이 됐습니다.
‘강한 한국 쇼트트랙’을 증명한 이름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최민정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국 쇼트트랙이 강하다는 것을 계속 보여준 선수로 기억해주시면 충분하다.”
화려한 수식어 대신, 종목의 자존심을 지켜낸 선수로 남고 싶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는 수많은 고비를 넘었습니다. 넘어짐, 부상, 판정 논란, 부담감. 그러나 매번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결국 한국 쇼트트랙의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가장 좋았던 순간은 ‘지금’
최민정은 가장 좋았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지금”이라고 답했습니다.
베이징 1500m 2연패 순간이 아니라,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운 지금이 더 가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은메달은 기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선수로서 모든 것을 쏟아부은 끝에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의 올림픽, 일곱 개의 메달.
그 여정은 단순한 숫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한국 쇼트트랙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후배에게 바통을 넘겼습니다.
밀라노의 빙판 위에서 그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눈물과 미소가 함께한 작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한국 쇼트트랙은 또 한 번의 세대교체를 맞이했습니다.
최민정이라는 이름은 기록을 넘어,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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